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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사랑과 순리 사이의 선택 - 유명환 장관의 경우에 부처 구보, 세상을 읽다

유명환 장관 딸내미 근무태도..헐


 아침에 인터넷에 들어가보니 유명환 장관 딸이 단독으로 외교통상부 계약직에 채용되었다는 보도를 보고 '이거 사람들이 가만히 있지 않겠군'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조금 전 다시 포털 사이트에 가보니 이미 '합격자 자진 취소'로 상황은 끝나 있었다. 몇 시간 동안 일이 급박하게 돌아갔나보다.

이미 언론 보도는 나갈대로 나갔고 결국 당사자는 합격을 자진 취소했으며 그 아버지는 '물의를 일으켜 국민에게 송구'하다고 사과까지 했다. 아마도 오늘 하루는 유장관이나 그 가족들에게 무척이나 긴 하루가 될 것 같다. 

아마 내일 조간신문들에는 이 일에 대해 여러가지 말들을 할 것이고 그 말들은 누구나 읽지 않아도 예상이 가능하리라. 그래서 난 좀 다른 관점, 부모의 자식 사랑이라는 관점에서 이 일을 바라보고 싶다. 

사진 출처 : http://www.etoday.co.kr/news/section/newsview.php?TM=news&SM=0399&idxno=354946


우리나라 사람들의 자식 사랑은 유난하다고 한다. 나 역시 자식을 키우기에 자식에 대한 부모의 마음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조금은 안다. 부모들이 자기 자식이 늘 무병했으면, 그리고 남들보다 조금은 똑똑하고 잘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은 아마 인지상정일게다. 말 그대로 인지상정이기에 이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안된다. 또한 이런 바람을 실현하기 위해 부모가 노력하는 것 자식 사랑이기에 이 역시 문제를 삼기는 어렵다. 다만 여기에 조건이 붙는다. 그 노력이 순리를 거스르지 않아야 한다.  

문제는 늘 여기서 생긴다. 순리를 어기는 그 지점에서 말이다. 이번에 말썽이 난 특채 건은 내가 보기에 이 순리를 거스른 경우가 아닌가 한다. 이번 일로 처음에 유장관이 입장을 표명한 것처럼 (이미 특혜 의혹이 제기되고 있지만) 이전보다 더 공정하고 엄격하게 채용과정이 진행되었다 하더라도 딸이 합격하는 순간 세간의 논란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속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에 의해 구설수에 오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딸이 채용시험에 지원하는 것을 처음부터 말려야 하지 않았을까. 세간에서 말하는 것처럼 거창하게 '상피제'까지 거론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물론 부모 입장에서 딸의 재능이 아깝게 생각될 수도 있고, 지원을 막아야 하는 마음에 괴로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일국의 장관이라면 이 정도의 판단은 꼭 했어야 하지 않을까. (사실 여부는 기다려봐야 알겠지만 몇몇 언론 보도들을 보면 이번 채용건이나 이전 외교부 근무 역시 특혜였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또 하나. 이미 '장관의 따님'이라는 것을 아는 외교부 아랫 사람들의 입장에서(보도에 의하면 외교부 직원은 심사위원들이 장관의 딸이라는 것을 몰랐다고 말했다)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생각 역시 해야만 했다. 인사를 담당하는 사람들이 겪어야 할 심적 부담감은 상당했을 것이다. 

최근 청문회에서 가장 자주 논란이 됐던 것이 '위장전입' 문제였다. 해당되는 장관 후보들은 대부분 부동산 투기가 아니라 자녀들의 진학 문제 때문에 위장전입을 했다고 말했다. 이 역시 모두 믿기지는 않지만, 그것을 모두 인정한다 하더라도 여전히 문제는 남는다. 이 역시 자식 사랑 때문에 순리를 어긴 것이기 때문이다. 순리를 어긴 사랑은 결국 지나친 것이 되고 이는 장기적으로 그토록 사랑하는 자기 자식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순리를 어기고 싶은 충동은 그 대가가 클수록 강해진다. 하지만 순리를 어기게 되면 그것은 결국 나중에 자신에게 칼이 되어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이번 유명환 장관의 경우처럼 말이다. 고위 공직에 있는 그리고 그 안에서도 잘 나가는 사람들일수록 더욱 그래야 하지 않을까. '왜 우리만 갖고 그러냐'고 항변할지 모르지만 세간의 목소리는 항상 냉엄하다. 왜냐하면 그들은 국가의 녹을 먹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며, 이미 그들은 눈에 보이는 혹은 보이지 않은 권력과 특혜를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권력과 특혜가 결국 국민으로부터 빌린 것이라는 점은 그들에게 주어진 일종의 숙명이자 정언명령이 되어야 할 것이다.

아무튼 이명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씁쓸하게 됐다. '공정한 사회'를 집권 후반기 모토로 내세웠는데 청문회를 비롯해서 계속 악재가 터지니 말이다. 하기야 '공정한 사회' 건설이 그리 쉽겠는가. 관성의 법칙은 아직도 엄존하는데. 그 관성의 법칙이 한동안 이 나라를 시끄럽게 할 것이라는 슬픈 예감이 든다. 어쩌나,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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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_- 2010/09/03 18:30 # 삭제

    민주주의 질서와 언론의 감시가 괜히 필요하겠습니까
    비판적인 신문과 방송의 입을 쳐 막아놓고 정부꼴이 잘 되기를 바라는게
    희안한거지요
  • 초코크림 2010/09/03 18:38 #

    이 정부를 별로 지지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 정부가 진정 성공하기 위해서는 언론과 국민의 감시와 질책이 늘 상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2010/09/04 17:40 # 삭제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초코크림 2010/09/04 21:35 #

    글을 쉽게 쓰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야.

    글이 쉽다는 것은 필자가 그 사안에 대한 이해 수준이 높고 명확하다는 증거 중의 하나다.

    난 예전에 글을 어렵게 쓰는 게 좋은 거라고 생각했어. 내가 중고등학교 때는 그런 글들이 많았거든. 결국 난 좋은 글들을 많이 못 읽은 거지. 어려운 한자어 쓰고 문장에 멋을 부리고.. 왜? 예전에는 먹물 좀 들었다는 사람들이 다 글을 그렇게 썼거든.

    겉멋이 든 것일 수도 있고 어쩌면 대상에 대해 잘 모르고 글을 쓴 사람들도 있겠지.

    나도 글을 쉽게 쓰는 사람이 정말로 글을 잘 쓰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은 얼마 안 돼. 물론 내가 그렇다는 건 아니고. 생각해봐. 글이란 자신의 생각을 남에게 전달하는 것을 목적인데 어려우면 되겠어? 이치에 맞지 않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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