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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사랑>과 <감수성>이 우리에게 던지는 물음 구보, 세상을 읽다


북쪽에 오랑캐가 쳐들어와 평양성, 북한산성, 남한산성이 함락되고 마지막 남은 감수성. 이 감수성의 장수들은 감수성[감수썽]이 풍부했으니....." 로 시작되는 개그콘서트의 감수성은 요즘 내가 가장 재미있게 보는 코너다.

  말 한 마디로 극적인 반전을 이루는 기술은 출연진의 내공이 이미 높은 수준에 올라있음을 쉽게 짐작하게 한다. 그렇기에 그동안 거의 빼놓지 않고 이 코너를 보게 됐다. (이 글을 쓰기 위해 관련 자료를 찾다가 유튜브에서 검색하면 쉽게 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런...)

  패전 위기에 몰려 감수성에 갇힌 임금은 장군들과 내시 그리고 지략가 대갈공명(물론 제갈공명의 패러디이다)에게 화풀이를 하는 순간,  갑자기 슬픈 음악이 깔리면서 그들의 속사정을 알고 사과하는 패턴이 짧게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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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강 이런 식이다. [2011. 5. 29  감수성]  (출처)
             

                                           


 누구나 부담없이 잠깐 웃고 즐길 수 있는 이야기이지만 계속 이 코너를 보면서 난 문득 다른 생각을 하게 됐다. 개그는 개그일 뿐이지만 때로는 우리에게 어떤 논평보다도 더 큰 통찰의 실마리를 안겨준다. (이전에 남보원이 그랬듯이 말이다)
 동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임금은 신하들의 속사정을 알지 못한 채 자기 생각대로 말을 한다. 물론 이는 형식 미학적으로 반전을 노리기 위한 설정이다. 
반전의 낙차가 클수록 더 큰 웃음을 유발할 수 있기에 신하들의 속사정은 늘 자신들을 야단치는 임금의 상상력을 능가한다. 그러기에 야단친 임금은 항상 무안해진다. 그 무안함은 사려깊지 못한 자기자신에 대한 부끄러움의 다른 이름일 것이다. 


  요즘 공전의 히트를 치고 있는 드라마 <최고의 사랑>은 로맨틱코미디의 전형이지만  난 그보다 여주인공 구애정(공효진 분)이라는 캐릭터 설정에 관심이 간다. 여주인공은 말 그대로 비호감 연예인이다. 드라마 설정에 따르면 10년 전 아이돌 그룹 '국보소녀'의 리더였던 그는 그룹 해체, 음주폭행, 연애스캔들 등으로 인해 대중들에게 비호감이 되고 결국 생계형 연예인이 되고 만다. 이후 스토리는 드라마를 보는 사람들이라면 다 알 것이다. 구애정은 독고진(차승원 분)이라는 톱스타와 윤필주(윤계상 분)라는 완벽남 사이에서 고민하게 되고 짐작컨대 구애정은 결국 독고진과 맺어질 것이다. 
  이번 주 방영분에서 내 시선을 끈 것은 왜 과거에 구애정이 음주폭행사건에 휘말리게 되었는지 그 이유를 은근슬쩍 보여준 부분이다. 눈치가 빠른 사람이면 다른 사람의 말을 따라하는 구애정의 술버릇으로 인해 지나가던 아주머니와 시비가 붙게 되고 이 일이 음주폭행으로 번지게 된 것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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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MBC공식 이미지 제공 사이트
http://withmbc.com


 모르긴 해도 아마 구애정은 이후 자신에게 씌워졌던 모든 오해들이 풀리는 것과 동시에 비호감의 이미지도 벗어버리게 될 것이다. 그의 비호감 이미지는 전후 사정을 모르고 혹은 의도적으로 주목하지 않은 채,황색 언론이 일어난 현상만으로만 만들어낸 기사들에 의한 것이었을 테니까. (그런 면에서 <최고의 사랑>은 현재 연예계나 방송계 그리고 언론에 대해 은근슬쩍 비꼬고 있다. 하지만 어느 언론도 이에 대해서는 한 마디 언급이 없다. 암묵적 합의와 같은 냄새가 나지 않는가)
 물론 개그맨들이나 드라마 작가들이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개콘의 <감수성>과 드라마 <최고의 사랑>은  우리에게 중요한 물음 한 가지를 제공한다.  


우리 역시 또 하나의 <감수성>의 임금이 되어 또다른 비호감 구애정을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의문 말이다


 사람들 사이에 빚어지는 오해는 흔히 있는 일이고 그로 인해 많은 일들이 벌어지는 것은 사실 인생에서 피할 수 없다. 하지만 그렇기에 대상에 대해 보다 사려깊은 사고와 접근이 더욱 필요하다. 우리는 과연 그런가.  
 최근에 스포츠 방송 여자 아나운서가 자살을 했다. 난 케이블 방송을 전혀 보지 않기 때문에 그 사람이 얼마나 유명했었는지 알지 못한다.  그 사람이 유명 야구 선수와 교제를 했었는지, 그로 인해 불미스러운 일들이 일어났는지 알지 못한다. 내가 접한 정보는 모두 언론의 기사들을 통해서였고, 그 기사들의 대부분은 받아적기나 추측에 급급한 질 낮은 것들이었다. 최근 인터넷을 달군 <나는 가수다>의 옥주현에 대한 정보 역시 마찬가지이다. 난 그가 비호감 연예인이었는 줄은 며칠 전에야 알았다. 며칠 전 교통사고를 낸 유명 아이돌 가수에 대한 이야기들 또한 다르지 않다.  

우리는 혹시 또 다른 <감수성>의 임금이 되어 속사정을 모른 채 그들에게 윽박지르거나 야단친 것은 아니었을까. 옥주현이 <나는 가수다>에서 1등을 하여 안티팬들의 노골적인 비판을 잠재운 이후 나온 또 다른 주장 중의 하나는 "주현은 이전에 개념없는 일들을 했기 때문에 싫다"였다. 나는 그 "개념없는 일"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또한 알고 싶지도 않다. 그러나 "개념없는 일"이 과연 그녀가 정말 그렇게 한 일인지 여부는 연예계와 거리가 먼 대부분의 사람들은 알 도리가 없지 않은가. 뜻하지 않게 교통사고를 낸 유명 아이돌 가수 역시 우리가 그의 가족이거나 관계자가 아닌 한 자세한 사정은 모른다. 마치 <최고의 사랑>에서 비호감이 된 구애정에게는 말못할 속사정이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이건 연예계나 방송가에 국한해서 말할 성질의 것은 아니다. 정치 역시 마찬가지이다. 최근 연일 신문에 기사화되는 저축은행 사태는 또 어떤가. 물론 나는 범법행위를 한 사람들을 변호하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없다. 다만 나는 우리들이 이러한 일련의 사태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하고 사고하려는 시도를 했느냐를 묻고 있는 것이다.
  이 세상에 살면서 언론에서 보도하는 기사들을 외면하거나 완전히 무시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보도되는 수많은 사태들의 본질이 그 기사들처럼 간단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기사 하나로 간단히 매도되고 증폭되며 비호감으로 찍히거나 사람들 사이에서 비난 받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비판적 지성이 되어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세계에 대한 비판적 태도와 긴장을 잃어버리게 되는 순간, 우리 역시 또 하나의 '구애정'으로 몰리게 될 지에 대해 아무도 장담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현재 우리 사회는 매우 위험하다. 어쩌면 우린 날마다 내가 또 다른 구애정이 되지 않을까 무의식 속에 두려움이 자리잡고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이글루스 가든 - 제대로 된 글 쓰기.

덧글

  • 유키치 2011/06/04 10:56 #

    오.. 잘 읽었습니다. 저는 TV보면서 누가 자살했네 뭐 어쨌네 하는건 크게 관심을 안 가지는데, 감수성과 최고의 사랑은 재밌게 보고 있어서 그런지 와닿는 글이네요. 허를 찔린 듯한 느낌도 들고.
    그리고 MBC 공식 이미지가 깨져있네요.. 무슨 장면인지는 대충 알 것 같지만.
  • 초코크림 2011/06/04 18:28 #

    최고의 사랑 이미지는 짧은 동영상인데 아마 스마트폰에서는 깨져서 보이나 봅니다. PC상에서는 아무 문제가 없는데...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 2012/01/30 21:35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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